장인의 수고로움을 담은 작품은 들인 재료 이상의 가치를 갖듯 같은 땅, 규모의 집이라도 어떻게 짓느냐에 따라 그 집의 가치, 품격이 달라진다. 국내 하이엔드 주거문화를 선도해 온 ㈜트라움하우스 박성찬 회장이 ‘건설장인’, ‘고급주택계의 수공예가’로 일컬어지며 주목받는 이유다. 언뜻 보아도 쉽게 지어지지 않았음을 가늠할 수 있는 그의 건축물들에서 는 ‘집의 의미,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하고 싶은 바람이 느껴진다.
유명세를 빗대 그를 소개해보자면, 박성찬 회장은 매년 최고가의 공시지가를 갈아치우며 십수년째 국내 공동주택 중 가장 비싼 집으로 명명되는 ‘트라움하우스’를 만든 장본인이다.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트라움하우스는 독일어로 ‘꿈의 주택’이란 의미의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최고급 빌라다. 1989년 1차를 시작으로 2003년에 준공된 5차까지 모두 네 차례(1·2·3·5차)에 걸쳐 공급됐다. 4차는 없다. 마치 고급 건물에 4층 표시가 없듯이. 이 중 3·5차는 정식 분양 전 사전 예약으로 다수가 팔려 나갔다고 한다. 이 고급주택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 대기업 오너들이 다수 호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대한민국 상위 1% 중에서도 1%만이 사는 곳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특히 고급주택의 대명사인 트라움하우스 5차는 올해 역시 전국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 자리를 꿰찼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올해 5차 전용 273.64㎡의 공시가격은 68억 5,60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3.6% 오른 것으로, 2006년 이후 13년째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거다.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이 60~70%임을 감안하면 싯가 100억이 훌쩍 넘는다. 그 집을 지은 이가 박성찬 회장이다. 비싼 고급 자재로 휘황찬란하게 치장해 지은 것도 아니다. 박 회장이 손수 기획, 설계부터 시공, 유지보수, 고객관리까지 전 과정에 손수 관여하며 수년에 걸쳐 다듬고 빚었다. 것도 현장을 누비면서. 그는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이고 데코레이터이며, 유행을 만들고 리드하는 트렌드세터다. 그가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보증수표고, 그를 집 다운 좋은 집을 짓는 장인이라 칭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그는 축적된 노하우와 안목이 있음에도 여전히 가능한 ‘새로운 재료와 조합’을 추구한다. 카피나 벤치마킹도 없다. 그렇다고 파격적인 위화감을 조성하지도 않는다. 집 본연 의 기능, 의미에 충실하면서도 콘셉트에 걸맞는, 즉 거주 목적의 기능적 측면이 강조된 하우스(House)가 아닌 사는 이의 삶이 투영된, 사는 이를 배려한 홈(Home)을 짓는다. 일례로 트라움하우스 3·5차에는 어떠한 지진에도 무관한 면진설계 및 내진설계가 적용됐다. 지하에는 핵 전쟁이 나도 2개월여를 버틸 수 있는 스위스 민방위 규제에 맞춘 방공호가 있다. 면진설계도 지하 벙커도 공동주택 최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라움하우스는 입구부터 철저한 보안시스템이 작동한다. 24시간 상주하는 보안요원도 있다. 엘리베이터도 세대 전용 카드로만 작동돼 공동주택이지만 프라이빗한 생활을 영위하는 단독주택 같다. 주차장에는 가구당 6대를 주차할 수 있다. 주차 램프 폭은 무려 10m에 달하며, 지하주차장 층고도 10m로 높여 답답한 지하란 느낌이 전혀 안 든다.
‘행복’을 컨셉으로 앤티크·모던·클래식·컨템포러리는 물론 러블리까지 복합적으로 아우르는 과도기적 장르인 ‘트랜지셔널 스타일(transitional style)’로 연출한 내부는 잘 어울리는 고급 자재들로 마감됐다. 벽은 방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페인팅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것도 수작업으로 손때가 묻은 것처럼 삶의 흔적을 담기 위해 몇 번씩 덧입힌 페인 팅 벽은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감동을 자아낸다. 주방 가구는 수입 제품이다. 건강을 생각한 순환 공조시스템, 욕조, 샤워부스, 벽지, 안정감 있는 코너 라운딩 처리, 안에서 떼었다 붙였다 하며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는 방충망, 자외선이 완벽하게 차단되는 로이코팅 창호시스템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한 게 없다. 조용히 명상할 수 있는 기도실에 가족만 사용하는 다이닝 공간도 있다. 거실공간은 전실 개념의 웨이팅 방식으로 독립설계를 했다. 이미 넓은 집이라 창문도 개방감을 강조한 통창이 아니라 저마다의 특색있는 풍광을 즐기도록 프레임을 짰다. 창호는 일일이 수치를 미리 재어 딱 맞췄다. 그러니 틀어져서 따로 보수공사를 할 일도, 하자보수 할 일도 없다. 100년을 살아도 끄덕 없는 살면 살수록, 빛이 나는 집이다. 흡사 자연처럼. “인간이 집을 짓는 건 전시하는 게 아니라 살기 위함이라 불편하면 안 된다. 편안한 안정감을 갖도록 벽지, 가구 하나 세심한 배려를 기울였다. 집의 완성은 비로소 내가 서 있을 때다. 도면을 수십, 수백 번 뜯어 고치고, 그에 맞는 자재를 구하러 다니고 입주 즈음엔 직접 생활을 해보며 일일이 체크하는 것도 그래서다. 내가 불편함을 느끼고 내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남도 그러할 테니.”
모두 완벽하다 해도 ‘다시’를 외치며 디테일을 챙기는 박성찬 회장의 말이다.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듭해야 하는 작업이 수고스럽고 고통스러우며 때론 위험성도 있지만 그는 서슴지 않고 도전과 투자를 감행한다. 그건 결국 구태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다. 쉽게 지은 집은 값어치가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집, 건물들이 너무도 많다. “우리나라에는 좋은 집, 진정한 디벨로퍼가 없다.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까지 모든 공정이 토털 시스템으로 유연하고 유기적으로 공유되어야 하는데 다 따로 논다. 그러니 건물의 가치는 없고 땅값만 존재하는 거다. 분명 땅 위에 지은 집인데 10년, 20년 지나 팔때가 되면 건물의 가치는 사라진다. 유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마 우리나라가 건물을 쉽게 짓기 때문일 거다.” 이렇게 일갈하는 박 회장이 집을 짓는데 있어 장인정신에 입각한 수공예적 접근을 시작한 연유다. 물론 그 과정은 굉장히 수고스럽다. 그러나 그는 그 노력이 집의 가치를 높이고 사는 이가 행복을 느낀다면 충분히 해볼만한 도전이라 여긴다. 공들여 지은 집은 티가 난다. 트라움하우스가 명품이라는 명성을 얻은 게 당연하고 사는 이는 물론 작업에 동참한 누구나의 ‘자부심’인 이유다.
그 명성 자자한 트라움하우스가 또 한번 국내 고급주택의 트렌드를 선도할 야심찬 프로젝트를 구사하고 있다. 트라움하우스의 스몰 버전인 럭셔리 하우스 ‘더 라움’이다.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며 新부촌으로 떠오른 건대입구역 일대에 선보이는 더 라움은 대한민국 최초의 럭셔리 소형 펜트하우스다. 전용 58~74㎡, 총 357실이 모두 복층형으로 조성되는 더 라움은 한강과 남산, 도심의 네온사인을 탁 트인 시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전 세대의 층고가 일반 아파트보다 2배 가량 높게 설계됐다. 작지만 개방감 있는 통창에 높은 층고로 전혀 좁은 느낌이 없다. 침실도 하나로 전체적으로 심플하면서도 모던하게 연출됐다. 장르적으론 모던쪽에 더 치우쳐 있으나 고풍스런 느낌도 공존한다. 특히 아치형 계단과 상하층부를 구분 짓는 천장의 곡선 설계는 기존 주거공간에서 볼 수 없던 우아함과 더불어 노스탤지어를 자아내며, 침실의 은은한 황금색 벽면은 대리석 마감과 함께 클래식과 모던함의 조화를 이룬다. 계단을 올라 펼쳐지는 공간은 또 다른 세계다. 이 공간이야말로 요즘 현대인들이 찾고 갖길 원하는 나만의 케렌시아(Querencia)가 되기 에 충분하다. 계단 난간을 비롯 벽지 하나, 소품 하나, 조명 하나 멋스럽고 유일하지 않은 게 없다. 기성품에서는 결코 찾을 수 없는 그의 공간철학, 수공예적 감각이 돋보인다. 장인의 손길이 닿아 있는 만큼 디자인 특허 출원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더 라움이 탄생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일반 아파트 모델하우스는 길어야 한달 운영하고, 유니트는 심지어 일주일 만에 축조하기도 하는데 더 라움은 라운지 유니트를 만드는데도 장장 7개월이 소요됐다. 아직도 완성이 아니다. 트라움하우스를 잇는 아니 트라움하우스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얻도록 수작업으로 일일이 색의 미묘한 차이를 맞춰가며 한 땀 한 땀 정말 심혈을 기울였다. 예술을 입힌 주거공간이다.”
아무것도 바꾸지 않기 위해서 모든 걸 바꾼다. 박 회장은 완성이 아니라 말하지만 유니트를 보면 감동을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공간에는 사람이 있고 특별한 이야기가 있다. 공간에서 그가 가장 고려하는 요소도 다름 아닌 그 안에 살 사람이다. 사람들이 장인의 작품에 감탄하는 것은 손재주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생각’ 때문이다. ‘숍 하나가 거리의 표정을 바꾸고 건물 하나가 도시의 풍경을 바꾼다’는 말이 있다. 언제나 한번 더 생각 하고, 한번 더 돌아보며 완성도에 집착하는 그의 작업은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또 하나의 주거명작으로 설 것이 분명하다.